1. 놉 (Nope)의 개요 및 줄거리
놉 (Nope)은 겟 아웃, 어스를 이어 조던 필 감독의 3번째 작품입니다. SF, 호러, 스릴러, 괴수, 미스터리 장르이며 대니얼 칼루야, 키키 파머, 스티븐 연이 주연으로 등장합니다. 상영시간은 130분이며, 제작지 6800만 달러로 수익 1억 4800만 달러를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2022년 북미 8월 28일 기준) 관객들의 평가는 취향이 갈리는 편이지만 평론가들과 영화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호평했던 작품입니다.
영화 제목이 왜 놉(Nope)인지 사람들의 추측은 2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단호하게 안돼!라고 표현하는 의미의 Nope.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를 길들일 수 없다는 의미의 ‘Nope 안돼!’ 인지 아니면 <Not Of Planet Earth, 지구의 것이 아닌 것>이라는 의미를 담았는지 조던 필 감독에게 질문한 내용이 있지만 ‘특별한 의미는 없고 다만 사람들이 추측하도록 만들기 위한 제목이다’라고 감독은 설명했습니다.
영화는 <1998년 고디가 왔다 시즌 2 해피 버스데이> 에피소드 화면으로 시작합니다. 사람에게 길들여진 침팬지 고디가 주인공이며, 고디의 생일을 축하하는 장면입니다. 사람들이 고디에게 생일 선물을 전달하고 있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나며 화면이 어두워집니다. 스크린에는 <나훔 3장 6절 : 내가 또 가증하고 더러운 것들을 네 위에 던져 능욕하며 너를 구경거리가 되게 하리니>라는 성경 구절이 뜨고, 잠시 후 피로 범벅된 촬영장과 입가에 피를 묻힌 고디의 모습이 나옵니다.
그리고 화면은 현재로 전환되고, 헤이우드 농장에서 아버지가 하늘에서 날아든 물체로 인해 안구가 뚫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아버지의 사망 직후 헤이우드 농장은 OJ가 맡게 됐지만, 내향적이고 말재주 없는 OJ는 아버지만큼 영화 촬영장 일을 해내지 못합니다. 이때 외향적인 성격이고 말도 잘하는 완전 인사이더 재질의 여동생 에메랄드가 구원투수로 등장하지만 OJ는 그런 에메랄드의 방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을 연속으로 촬영한 3초짜리 영상. 즉 할리우드 영화의 시초가 바로 헤이우드 흑인 남매의 조부라고 설명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영화의 시초가 헤이우드 인지, 이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헤이우드 농장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OJ는 근처 테마파크의 소유주인 주프에게 말을 팔라는 권유를 받습니다. 주프는 과거 ‘해피 버스데이 고디’에 등장했던 아시아 소년 아역배우입니다. 그는 본인만 처참한 사건 현장에서 생존했기 때문에 본인이 선택받았다 생각하고, 그 당시를 회상하며, 혼자만의 고디 박물관까지 만들어 추억하며 나는 특별하다는 착각에 젖어삽니다.
영화가 진행되며, 알 수 없는 비행체에 의해 농장의 말이 사라지는 일이 생기고 헤이우드 남매는 그의 조부가 최초의 영화 촬영자였던 것 처럼 최초의 외계 생명체 촬영자가 되자는 목적을 갖고, 그것을 촬영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합니다.
2. 놉 개인적인 감상평
놉 (Nope)이 처음 개봉했을 때는 한창 육아 때문에 바빠서 시간이 안 났던 터라 최근에 넷플릭스로 이 영화를 보게 됐습니다. 워낙에 조던 필 감독의 영화는 다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무척 기대를 하고 봤는데 역시 조던 필 감독은 실망시키지 않았으며, 새벽 1시가 넘어가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졸음이 싹 가시게 만들었던 영화였습니다.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은 역시나 등장인물 OJ와 에메랄드입니다. 일반적인 공포, 스릴러 장르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답답하거나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불가한 행동을 하지 않고, 침착하며, 재빠르고, 합리적이며, 납득 가는 행동들을 합니다. 처음에는 여동생으로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 에메랄드가 철이 없어 보이고 너무 외향적인 모습을 보여서 혹시나 생각없이 행동해 오빠를 죽게 만들거나 하지 않을까 걱정 했는데 완전 내 예상은 빗나갔고 영화 최후의 슈퍼히어로 로써 영화가 끝난 뒤 그녀를 사랑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영화는 이전 조던 필 감독의 작품에 비해서 초반에 조금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영화의 복선이며,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온전히 관객들에게 주기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이므로 버릴 장면이 하나도 없습니다. 영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 돼서야 ‘아 그 장면이 이거랑 연관된 거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 스티븐 연이 나오는데, 뭔가 특별한 걸 보여줄까? 라는 기대를 했지만 예상을 뒤엎었고, 그 역시 고디 촬영장에 있던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물질주의에 완전히 빠져서 약자를 희생시키는 이기적인 인간이 되어 진 재킷이 의해 심판받고 말았으며, 개인적으로 많이 놀랐던 장면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진 재킷이 테마파크 서프라이즈 쇼에서 먹었던 것들을 헤이우드가에 배설하는 장면입니다. 사람들을 청소기처럼 빨아들여 먹어치워 버리는 장면도 놀라웠지만 진짜 거침없이 쏟아내 버리는 배설 장면은 아직까지도 그 충격이 가시지 않으며, ‘조던 필 감독은 천재가 분명해!’라는 확신이 들게 했습니다.
3. 진 재킷 (Jean Jacket) 해석
진 재킷은 헤이우드 목장에서 길렀던 말의 이름으로, 여자 주인공인 에메랄드가 9살 때 아빠에게 선물 받을 예정인 말이 었으나, 갑작스러운 영화 촬영이 잡혀 결국엔 본인이 갖지 못하고 오빠인 OJ에게 넘길 수 밖에 없었던 애증의 말 입니다. 과거 영화 촬영장에서 OJ는 진 재킷을 제대로 다룰 수 없어 촬영에 실패하고 결국 낙타로 대체 하였고, 에메랄드 역시 진 재킷을 소유하지 못한 것이 큰 트라우마로 남아 성인이 될 때까지 정신과 상담을 했을 정도로 남매에게 진 재킷은 길들이지 못한, 소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이 알수없는 외계 생명체에게 ‘이번에는 꼭 길들이리라?’ ‘이번에는 반드시 촬영해 보이리라!’ 라는 다짐을 담아 ‘진 재킷’이라는 이름을 붙힌 것으로 보입니다.
‘외뿔에 외눈박이 자주색 식인종’ ‘진재킷(Jean Jacket’이라고 등장하는 그것. 그것은 미지의 생명체이며 영화에 등장하는 비행접시 또는 외계 생명체를 의미합니다. 영화 초반에는 진 재킷이 단순한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 미확인 비행 물체)인 줄 알았지만, 엔젤의 언급대로 이는 UFO가 아니라 UAP(Unidentified Aerial Phenomena 미확인 공중 현상 이었습니다.
영화 초반에 진 재킷은 우리가 생각하는 UFO 형태처럼 보이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실제 형태는 청소기 같은 흡입구를 가진 거대 해파리, 갑오징어 였습니다. 외계 해파리인가? 기괴하게 나풀거리는 모습은 전혀 예상 불가한 것이었고, 이 것은 비행물체가 아닌 비행 생명체라는 확신을 들게 했습니다.
진 재킷이 움직이는 장면은 마치 아날로그 카메라가 촬영하는 모습과도 닮아있습니다. 플래쉬가 터지는 장면을 연상하게 하고, 소화기관 처럼 보이는 내부는 놀이공원에 있는 에어바운스 같은 느낌을 줍니다.
진 재킷은 길 들일 수 없는 것 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프는 말을 희생양 삼아서 과거 사람들이 고디로 촬영을 한 것 처럼, 진 재킷을 길들여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하려 했지만 진 재킷은 고디와 마찬가지로 길들일 수 없었으며, 그 대가로 그 역시 촬영장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처럼 죽게 됩니다.
주인공인 OJ와 에메랄드는 진 재킷을 길들일 수 없는 것으로 단정 짓지만, 또한 찰나의 순간은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촬영을 시도합니다. 실제로 진 재킷을 완전히 길들이는 것에 성공할 순 없었지만, 그 습성을 이용해 진 재킷을 촬영하고 파괴하는 데까지 성공 합니다.